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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와 창의성, 나이 들어도 창의력은 유지될까?

캐시테이커 2025. 6. 24. 23:25

노화, 치매, 도파민, 인지기능저하는 최근 고령화 사회에서 급격히 주목받고 있는 단어들이다. 노인이 된다는 것은 단지 몸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억력이 흐려지고,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으며, 집중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은 많은 사람들이 중년 이후에 처음 경험하게 되는 두려움 중 하나다. 동시에 나는 여전히 뭔가를 창조해내고 싶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도 떠오른다.

 

그렇다면 정말로 나이가 들면 창의력은 사라지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표현 방식이 바뀌는 것일까? 창의성은 젊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목소리와 함께, 최근에는 과학적·사회적 접근을 통해 노년기 창의성 유지와 증진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글쓰기, 그림, 음악, 연극 등 창의적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고령자들의 뇌 반응은 예상을 뒤엎는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다.

 

노화와 창의성, 나이 들어도 창의력은 유지될까?
노화와 창의성, 나이 들어도 창의력은 유지될까?

 

 

1. 노화와 두뇌 기능 변화 그리고 창의성의 새로운 조건

노화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나이가 들면서 도파민의 분비는 감소하고, 뇌의 신경세포 연결은 느슨해지며, 인지 속도는 점차 느려지게 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축적된 지식과 삶의 경험,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공감 능력은 점점 더 깊어진다. 이는 결정화된 지능이라 불리는 인지 자산으로, 단기 기억이나 계산 능력은 감소할 수 있어도 문제 해결력이나 통찰력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실제로 여러 뇌과학 실험에서는, 고령자의 창의적 사고가 전혀 저하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특히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발산적 사고 능력은 연령이 높아져도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오히려 더 넓고 깊은 주제 연결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노년기의 창의성이 단순한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삶을 꿰뚫는 통찰과 지혜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2. 창의적 활동이 두뇌에 미치는 실제 효과

창의적 활동은 단순히 즐거움을 위한 취미가 아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다루는 등의 활동은 두뇌의 여러 영역을 동시에 자극한다. 특히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등의 협력 작용이 활발해지면서 집중력, 기억력, 감정 조절력까지 영향을 받는다.

미국의 한 대학 연구에서는 고령자 집단에게 매일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일정 시간 이상 하도록 유도한 결과, 6개월 후 인지검사 점수가 유의미하게 향상되었음을 확인했다. 또한 음악을 듣고 직접 악기를 다루는 활동은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기분 개선뿐 아니라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하여 우울감 감소와 활력 증가에 도움을 준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느낌이 아닌, 뇌 영상 장비를 통해 확인된 신경활성도 증가로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이 그림이나 시를 통해 표현 활동을 할 때, 뇌의 창의적 네트워크뿐 아니라 감정 공감 네트워크도 활발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 인터뷰 사례로 보는 창의성이 삶을 지탱해주는 순간들

실제로 창의적 활동을 지속하는 고령자들의 경험담은 이러한 연구결과를 생생하게 뒷받침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75세의 한 시인은 “젊었을 때는 발표를 위해 글을 썼지만, 지금은 내 감정을 정리하고 기억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 시를 쓴다”고 말했다. 그는 글쓰기가 단지 표현이 아니라, 기억을 복원하고 감정을 조절하며 자아를 지켜내는 수단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 지역 미술 치료 센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따르면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60대 후반의 한 여성은 “색을 고르고 선을 긋는 과정이 마음을 안정시켜주면서 과거 기억을 떠올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험들은 단순한 예술적 표현을 넘어 자기 돌봄과 치유의 과정으로 창의성을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극 활동을 통해 노년층의 사회성을 회복시키는 프로젝트도 있다. 서울시 지원으로 진행된 시니어 창작극단에서는 평균 연령 68세의 단원들이 직접 극본을 쓰고 연기까지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존감 향상과 사회적 연결 회복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4. 노화 속 창의성 그리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

노년기에 창의성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은 단지 개인의 취미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것을 넘어, 두뇌 건강과 정서 안정, 사회적 참여의 지속성까지 연결되는 중요한 과제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창의성을 지속할 수 있을까?

 

첫째, 꾸준한 표현 습관이 중요하다. 매일 몇 줄의 글을 쓰거나, 짧은 시간이라도 스케치를 하는 등 소소한 활동은 뇌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며 신경 연결망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신체 활동과의 결합이 뇌의 가소성을 높인다. 크로스바디 운동이나 리듬에 맞춘 스트레칭은 창의적 활동 전후에 뇌의 준비 상태를 최적화하며 집중력과 몰입도를 높인다.

 

셋째, 세대 간 협력과 공유가 창의성을 더욱 확장시킨다. 젊은 세대와의 협업, 경험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스토리텔링 활동 등은 서로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며 창의성을 자극한다.

 

마지막으로, 전문 기관이나 지역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미술 치료나 시 창작 모임, 또는 디지털 음악 만들기 수업 등은 창의성과 뇌 건강을 동시에 키워주는 실질적인 기회가 된다.

 

 

결국 창의성은 ‘속도’보다는 ‘깊이’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젊은 시절의 창의성이 반짝이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면, 노년기의 창의성은 인생을 되짚는 통찰에서 비롯된다.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줄어든다 해도 오랫동안 쌓아온 삶의 경험과 감정의 농도는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노년기 창의성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자양분이 된다.

 

글을 쓰는 노인이나 붓을 들고 그리는 할머니, 노래를 직접 작곡하는 70대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지속해나가기 위한 한 방식이자 기억과 감정 자존을 지키는 인간다운 방법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창의적일 수 있으며 그것은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다.

 

노화는 결코 창의성의 끝이 아니다. 창의성은 나이들수록 깊어지기 때문에 그것은 오히려 새로운 창의적 가능성의 시작일 수 있다. 삶의 후반부에서 더욱 깊고 느린, 그러나 결코 사라지지 않는 창조의 불꽃은 오늘도 누군가의 펜 끝에서, 붓질에서, 음표에서 각각 살아 숨 쉬고 있다.